소나기가 퍼붓던 날 키스를 한 후에도 둘 사이가 이렇게 어색하지 않았었다. 어제 이후로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태형의 눈치를 살피며 정국은 괜한 오지랖을 부렸다고 후회를 했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태형의 머리통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쓰다듬으며...
[지민아, 너 태형이 전화번호 알지? 나 좀 알려주라.] [야, 이제 대놓고 티내네? 너 태형이 좋아하는거 맞지?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ㅋㅋㅋ] [아.. 몰라.. 빨리 번호 좀 찍어줘.] [너넨 그렇게 붙어 다녔으면서 아직 번호 교환도 안했어?] [물어볼수가 있어야지...] [왜 못 물어보냐? 입이 없냐?] [조심스럽다고... 다...] [아휴... ...
태형이 전학 오고 이주일 가까이 흘렀다. 정국은 태형의 하루 패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는 항상 저보다 먼저 와 있어서 정국은 요즘 교실문을 열고 들어갈때가 가장 행복하다. 늘 그 자리에서 저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점심은 박지민과 함께 셋이서 먹는다. 점심 먹고는 농구하는걸 태형이 구경할 때도 있고,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들고 ...
첫 발령을 도시도 아닌 변두리 학교로 받은 것도 모자라 시커멓게 다 큰 고3 남학생들을 첫 제자로 맞이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180이 넘는 저와 견주어도 덩치가 엇비슷하거나 더 큰 애들도 있어서 3월 초반엔 나름 기선 제압을 하느라 잘 웃지도 않고 지냈었다. 하지만 태생 자체가 쾌활했던 김남준의 호랑이 선생님 연기는 일주일을 채 가지 못하고 본성이 드러났다...
- 탕, 탕, 탕 "전정국! 받아!" - 탁! 탕, 탕 지민이 패스해 준 공을 받아 두 번 드리블 한 후 자세를 낮췄다가 땅을 박차올라 골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물 안으로 떨어졌다. "하, 하, 김진혁, 박정민! 얼른 가서 아이스크림 사 와. 하아. 하아. 후" 2 대 2 농구 게임에서 이긴 지민은 스...
눈 오늘 겨울밤 하늘을 울리는 지민이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일그러진 얼굴로 위험을 알리는 정국이의 입모양으로 지금 내게 닥친 상황을 자각하게 된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정국이가 번갈아가며 쳐다봤던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 길에 미끄러져 내려오는 오토바이의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이 동공을 자극했고 순간 난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끼이익--- 퍽- 쿵-...
"태태! 이따 유로피아 올거지? 난 교수님 모시고 선배들이랑 갈테니까 넌 애들이랑 먼저 가. 7시다. 꼭 와!" 정국과 완전히 헤어지고 자주 멍해져 있는 나를 늘 챙기는건 지민이었다. 입맛이 없대도 학교 앞에 새로 오픈한 곳이 맛집이라며 굳이 날 끌고 가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저도 한술 뜨는데 꼭 엄마같다. 학교에서 정국이를 가끔 보긴 ...
이유도 모른채 형이 내게서 도망치듯 멀어진게 벌써 일주일째다. 반지를 준 날 이후로 형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건 알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모두 오픈하고 지지받고 있는 형과는 다른 내 사정때문이겠지. 그래서 불안한 마음일거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나를 이렇게 피해다닐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을 설득하겠다고는 하였으나 사실 인정받지 못해도 ...
[형... 무슨 일 있는거예요? 자꾸 피하기만 하니까.. 나 너무 답답해요.. 전화라도 받아줘요...] 답장을 썼다 지웠다.. 결국 화면을 닫았다. 가슴에 돌이 얹혀진것처럼 무겁고 아파왔다. "태태야, 요즘 맘도 안좋을텐데.. 도와주러 나와서 고맙다." "같이 하기로 한건데 뭐." "정국이랑은... 그대로야?" "응.." "넌.. 괜찮은거야?" "... 아...
삐비빅- 불안한 기계음이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리자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고 정국이와 닮은 중년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지민이 말이 맞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 근데.. 이건 전혀 예상에 없던 전개잖아.. 예상에 없던건 지금 정국이 어머니한테도 마찬가지겠지. 아들 집에 왔는데 왠 모르는 남자가 것도 아래를 헐벗고 서 있으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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